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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월간산 신준범 기자

화제 | 전 세계 돌며 등반하는 울프ㆍ버나 부부 “지쳐서 하기 싫을 때까지 세계 등반여행을 할 거예요!”


This article was published in the June, 2016 edition of Mountain Magazine in Korea. The original can be found on the web-page of Chosun (click here).

잘 나가던 IT회사 팔고 2년 동안 세계 여행 중인 클라이머 커플

누구나 세계여행을 꿈꾸지만 이들처럼 특별한 세계여행을 하는 이는 드물다. 이들은 캠핑카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하드프리 등반을 하고 있다. 아는 사이로 시작한 여행은 커플이 되게 했고, 이제는 부부가 되었다. 여행하며 세계 곳곳의 바위를 올랐고, 사랑을 싹 틔운 것이다. 울프 후크슐레이거(Ulf Fuchslueger)와 버나 후크슐레이거(Berna Fuchslueger) 부부다.

오스트리아 사람인 울프(46)와 터키 사람인 버나는 2014년 5월 9일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터키에서 등반을 하다 만난 두 사람은 울프의 엉뚱한 세계 여행 제안을 버나가 수락하면서 시작되었다. 울프는 오스트리아 빈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화학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IT의료장비 개발회사를 스위스 바젤에 세웠다. 40대 중반까지 그는 회사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그 결과 직원 60명을 거느린 내실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울프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회사를 팔고 세계여행을 택했다. 등반과 여행을 즐겼던 그는 “등반도 하고 사람도 만나며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고 한다.

울프는 잘 나가던 IT회사를 팔고 그 돈으로 기약 없는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지쳐서 하기 싫을 때까지 계속 세계 등반여행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회사 이름 대신 ‘Rouletout’라 적혀 있다. 프랑스어로 ‘후울리 뚜’이며 ‘모든 곳을 간다’는 뜻이다. 이들은 커다란 캠핑카를 ‘후울리 뚜’라 부른다.

두 사람은 “애견 뭍루와 불멸의 트럭과 작은 오토바이가 우리 가족”이라며 “세계를 여행하고 암벽등반을 하고, 즐기고,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와 역사를 배우며 여행한다”고 이야기한다. 울프는 2m 키의 장신이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수염까지 더해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띈다.

유럽의 오스트리아를 출발해 육로로 꾸준히 동쪽을 향해 왔으며, 2년 동안 16개 나라를 거쳤다. 한 나라당 평균 한 달 반 정도 머물렀던 셈이다. 가장 오래 있었던 나라는 태국이었다. 등반지가 좋기도 하지만 입국절차가 간편해서 두 번을 방문했다. 이들은 새로운 나라에 입국할 때마다 캠핑카 통관 절차를 거치는 것은 물론, 애완견과 함께 여행 중이었기에 동물에 대한 통관도 거쳐야 했다. 때문에 출입국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울 경우 입국을 포기하거나 중도에 다른 나라로 떠나기도 했다. 자유롭게 즐기기 위해 하는 여행이기에 구속 받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 애견 뭍루는 가족이므로 개가 출입이 안 되는 지역은 가지 않는다. 뭍루(Mutlu)는 터키어로 ‘행복’이라는 뜻이며, 여행 중 터키에서 만나 가족이 된 벨기에 산 셰퍼드다.

시선을 끄는 건 독특한 캠핑카다. ‘후울리 뚜’는 2001년식 벤츠 트레일러로 엔진 배기량이 무려 6,374cc다. 차가 큰 만큼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침실에 누우면 이중으로 된 천장의 창을 통해 밤하늘의 별빛을 볼 수 있다. 아침에 천창으로 내려쬐는 햇살을 받으며 일어날 수 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 싱크대와 조리 공간이 있으며 정수시설도 갖추고 있다. 대신 차가 커서 중국의 어느 시골에선 줄자로 길의 폭을 재어 통과한 적도 있다. 캠핑카 뒤에는 작은 오토바이를 매달고 다닌다. 여행지에서 캠핑카를 세워 두고 가까운 거리 이동 시 이용한다.

일단 등반여행을 하기로 한 이상 장비를 가져가야 했는데 캠핑카는 여기에 최적이었다. 또 멈추는 곳에서 바로 잘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경비는 나라마다 천차만별인데 물가가 싼 곳은 50만 원이면 한 달을 지낼 수 있고, 비싼 곳은 300만 원 정도 든다. 최소한의 경비로 즐기는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행 경로는 등반지와 등반지를 잇는다. 도중에 관광지가 있을 때는 경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등반지로 옮겨간다. 다만 티베트 지역은 순수 여행을 위해 방문했다. 두 사람은 붐비는 도시를 싫어해 통관 절차를 기다려야 할 때도 가급적 산과 가까운 조용한 곳에 머물기를 원한다.

한국은 지난 3월 11일에 입국했으며, 두 달이 넘도록 머물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이 정도로 등반환경이 좋은 줄 몰랐다”며 “특히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오랜 세계 여행 탓인지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 이들은 최근 장어와 흑염소도 먹었다.

“지리산 화개에서 벚꽃이 핀 길을 갔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구례 용소폭포에 머물며 등반할 때는 아침마다 동네 노인들이 문 두드려서 밥 주고, 술도 주고, 걱정해 줬어요.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이런 정을 느꼈는데 한국의 시골에서도 느꼈고, 놀라웠어요.”

울프와 버나는 태국에서 한국으로 바로 넘어왔다. 원래 중국으로 해서 한국으로 넘어올 계획이었으나 통관 절차 때문에 태국에서 차를 배에 실어왔다. 한국행은 부산 산악인 류동일(벽우회)씨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류씨는 2012년 영문판 국내 자연암장 가이드북 <climb>을 펴냈다. 이 책은 외국 클라이머들에게 한국 등반을 위한 유일한 바이블로 각인되어 통용되고 있다. 이 책을 본 울프가 류동일씨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했다.

주한외국인 클라이머들의 대부로 통하는 류동일씨는 이들에게 국내 등반 대상지를 소개해 주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가덕도 해벽, 용소폭포, 간현암, 선운산, 신반, 울산 문수, 포항, 청주 청석굴 등을 등반하고 설악산 산행을 했다. 아쉬웠던 곳은 선운산이었다. 좋은 바위가 많아 오래 머물며 등반할 곳이라 여겼지만, 뭍루가 출입할 수 없어 하루 만에 떠나야 했다. 뭍루는 덩치가 커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등반할 때면 얌전히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을 보낸다.

“정신과 육체가 융합될 때 올라가는 것이 등반”

울프는 “한국은 화강암, 석회암, 편모암 등 암질이 무척 다양하다”며 “인도 이후 주로 석회암만 만났는데 암질이 다양해서 좋다”고 한다.

울프는 에귀디미디 북벽을 믹스등반으로 오른, 즉 산을 오를 능력이 되는 클라이머다. 클라이밍 실력은 두 사람이 비슷하다. 최고 난이도는 5.12d이며 온사이트 최고난이도는 5.12a이다. 때문에 실력에 맞는 12급 등반지를 선호한다. 5.11급 난이도라 하더라도 등반 스타일이 맞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등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울프가 주로 먼저 등반해 퀵드로를 거는데, 톱로핑은 하지 않는다. 울프는 파워등반을 좋아해 큰 동작이 나오는 홀드 좋은 오버행을 선호한다. 반면 버나는 미세한 홀드의 까다로운 페이스 등반을 즐긴다. 두 사람은 서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얘기한다. 등반의 어떤 점에 끌려 세계여행까지 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울프는 화학자다운 대답을 한다.

“힘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정신과 육체가 완벽히 융합되었을 때 올라가는 것이 암벽등반이라 생각해요.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버나는 “난이도와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등반라인을 봤을 때, 어떤 동작으로 어떻게 올라갈지 생각하는 순간이 너무 좋다”고 얘기한다.

울프・버나 부부는 “라오스 타켁에서 5.12d를 오르며, 5일 동안 매달렸던 프로젝트 등반에 성공했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한다. 지금은 5.13a를 목표로 노력 중이다.

“라오스 북부에서 차가 진창에 빠졌을 때가 지금도 기억나요. 새벽에 몇 시간을 걸어 시내까지 걸어가 말도 안 통하는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했죠. 다행히 뜻이 통해 도와주러 트럭이 왔으나 그마저 빠져버려 다시 걸어가 다른 차를 불러 겨우 탈출할 수 있었어요. 정말 막막했던 순간이었는데, 이날처럼 문명과 멀어진 시골일수록 사람의 정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버나는 인도 남부에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침에 해변에서 조깅을 하는데 인도 남자들이 말을 걸어요. 근데 바지를 내린 채 용변을 보면서 말을 거는 거예요. 그렇게 용변 보면서 말을 거는 남자들을 해변에서 100명은 만난 것 같아요.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어요. 하하!”

2년 동안 여행했으면 지칠 법한데 이들은 여전히 즐겁다. 버나는 “처음에는 시야가 좁았는데 여행을 하며 점점 넓어졌다”며 “새로운 자연을 만나며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오랫동안 함께 여행하며 부대끼면 사소한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애정이 깊다. 울프는 “필요한 게 뭔지 내가 알기도 전에 버나는 그걸 이미 파악해서 준비해 준다”며 여행에서 느낀 그녀의 장점을 얘기한다. 버나는 “무슨 일이든 울프가 활기차게 주도적으로 하는 점이 가장 좋다”고 남편의 장점을 얘기한다. 여행 중 닥친 많은 난관을 이겨내며 더 돈독한 사이가 된 것이다.

더크랙닷컴에 한국 등반 정보 올려

3년 전 터키의 자연암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울프의 아이디어로 세계여행을 나서며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고, 한국 입국 한 달 전 태국에서 결혼했다. 여행 중이라 결혼식을 할 여건이 안 됐기에 서류상으로만 혼인했다. 때문에 6월 초에 캠핑카를 한국에 두고 유럽으로 가서 친지들을 초대해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결혼을 마무리한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세계 등반여행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두 사람은 인터넷을 통한 교류도 활발하다. 가는 나라마다 여행기와 등반기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 홈페이지(rouletout.ch)에 올리고 있다. 특히 등반한 대상지의 등반 정보를 루트개념도를 만들 만큼 꼼꼼히 작성해 웹사이트(thecrag.com)에 업데이트하고 있다.

더크랙닷컴(thecrag.com)은 전 세계 등반루트 정보가 담긴 온라인사이트로 전 세계 클라이머들이 직접 정보를 올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등반지 정보가 담긴 사이트이며, 볼트나 바위 상태에 대한 평이 실시간으로 등록된다.

울프・버나 부부는 “한국이 등반하기 좋은 환경임에도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놀랍다”고 한다. 그래서 류동일씨와 암벽화업체인 부토라의 도움으로 더크랙닷컴에 250번째로 한국의 루트 정보를 올리는 사람에게 암벽화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더크랙닷컴과 이들은 상업적인 관계가 없지만 전 세계 클라이머들에게 한국의 등반지 정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울프는 포항 죽산해벽의 100여 개 루트 정보를 세심하게 작업해 더크랙닷컴에 올렸다. 특히 울프는 “500번째, 1,000번째 루트 정보를 올리는 사람에게도 선물을 줄 것”이라며, “한국 클라이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캠핑카 타고 세계를 여행하며 등반하는 울프・버나 부부.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꿈에서나 가능할 일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좋았던 등반 경험을 다른 클라이머와 나누고자 노력한다. 다 함께 행복한 등반을 하자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들의 세계여행이 계속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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